진짜 포용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장애 학생 위한 전인적 돌봄 체계 마련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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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09:39
진짜 포용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장애 학생 위한 전인적 돌봄 체계 마련을
[기고] 조주희 총신대학교 교수
포용적 교육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교실 안의 차별 해소, 통합 수업,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포용은 교육 이전에 학생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건강 기반 위에서 출발한다. 특히 장애 학생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수업 참여와 학습 지속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제는 장애 학생의 전인적 건강 돌봄 체계를 교육과 복지, 보건이 함께 구축해야 할 때이다.
2023년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국내 특수교육대상자는 109,703명으로, 이 중 약 70%는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또는 통합학급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통합교육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지만, 이들에 대한 건강지원 체계는 여전히 의료 중심이거나 병원-가정 간 단절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 교육부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통해 특수교육대상자에게 보건·복지·고용·문화 등의 서비스를 연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와 개별화교육계획(IEP) 내 건강 지원 항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적 권고와 실제 실행 사이의 간극이 크다.
보건복지부 또한 2021년부터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장애인 건강검진 제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장애아동 건강돌봄 시범사업’을 통해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의 건강관리를 지역 내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학교와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등의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장애 학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는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장애 학생의 건강 문제는 단지 신체적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특수학교 재학생 중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우울,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일반학교 내에서는 전문상담교사, 정신건강 전담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정서적 위기 상황이 교실에서 방치되거나 단순한 행동 문제로 오해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이 아닌, ‘삶 중심의 건강 지원 체계’ 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간 협업 체계를 상설화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 건강지원 네트워크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장애 학생의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애인 건강네비게이터’와 같은 전문 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필요하다. 셋째, 개별화교육계획(IEP)에는 단순 건강조치 기록이 아닌, 학생의 전인적 건강 상태와 서비스 연계계획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교실 안에서의 포용은 교실 밖에서의 건강 기반이 마련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과서만이 아니라, 안전하게 앉을 수 있는 자세, 반복된 치료로 인한 피로에 대한 이해, 감정적 어려움을 받아주는 정서적 환경이다. 이것은 단지 복지의 영역이 아니라, 교육의 조건이다.
장애 학생의 건강권은 더 이상 부차적 사안이 아니다. 포용교육이 교육정책의 핵심 기조라면, 전인적 건강을 보장하는 실천 역시 핵심 전략이어야 한다. 진짜 포용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모두의 책무이며,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구축해야 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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