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시 ‘휠체어댄스’ 감상과 비평
<칼럼리스트 김율도>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최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갑자기 들은 소식이라 신선한 충격이다.
한강의 글이 한강의 글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이유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 탐욕. 고뇌가 이 시대의 화두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강의 글에는 장애 관련 소재가 나오는데 소설은 나중에 평하기로 하고, 오늘은 급히 시 “휠체어댄스”를 감상, 비평하고자 한다.
눈물은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나를 다 삼키진 않았죠
악몽도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가닥가닥 온몸의 혈관으로
타들어오는 불멸의 밤도
나를 다 먹어 치울 순 없어요
보세요
나는 춤을 춘답니다
타오르는 휠체어 위에서
어깨를 흔들어요
오, 격렬히
어떤 마술도
비법도 없어요
단지 어떤 것도 날
다 파괴하지 못한 것뿐
어떤 지옥도
욕설과
무덤
저 더럽게 차가운
진눈깨비도, 칼날 같은
우박 조각들도
최후의 나를
짓부수지 못한 것뿐
보세요
나는 노래한답니다
오, 격렬히
불을 뿜는 휠체어
휠체어댄스
화자는 장애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악몽도 꾸지만 절망하지 않고 춤을 춘다. 불꽃처럼 격렬히 춤의 기법보다도 살아서 춤추는 동안은 지옥, 욕설, 무덤, 진눈깨비 속에서도 살아남아 춤을 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춤은 노래로 승화되어 불을 뿜는 것처럼 강력하다.
시는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장애를 입었지만, 휠체어댄스를 통해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는 내용이다. 눈물이 노래와 불로 바뀌는 희망과 용기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도장애를 입은 사람이라면 이 시를 통해 충분히 재활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가 문학적으로 아주 훌륭한 시는 아니다. 묘사나 구체적인 내용보다 추상적이고 도식적인 단어가 곳곳에 널려있다. 예를 들면 불멸의 밤, 격렬히, 지옥, 욕설, 무덤, 최후의 나.
휠체어댄스를 직접 해보지 않고 단지 본 것을 일인칭으로 쓰다보니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한 것이 있다. 그리고 특정 개인의 공연을 보고 쓴 시이기에 개인의 사연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장애인이 눈물로 살거나 악몽을 꾸진 않는다. 직접 휠체어댄스를 해본 나의 입장에서 구체적이고 섬세한 표현이나 내용이 가능한데 그런 것이 없어 아쉽다. 휠체어댄스가 이렇게 단순하게 불꽃으로만 비유하기에는 훨씬 다채롭고 깊이 있는 예술이자 운동이다.
예를 들면 춤추는 사람은 몸이 너무 힘들고 부서지는 것 같지만 남들이 볼 때는 아름답다는 것.
휠체어댄스의 종류는 라틴 5종, 스탠다드 5종인데 종목별로 구체적인 묘사를 하면 더 각 특징이 실감이 날 것이다. 혼자 추는 춤도 있지만 둘이 추는 춤이 더 많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조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 프리댄스도 있어서 동작의 제한 없이 안무를 넣고 예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한강은 이제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축하와 칭찬, 도서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장애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정확한 비평은 필요하다.
휠체어댄스를 우리말로 하면 <바퀴춤>이다. <바퀴춤>으로 3행시를 지으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바 : 바람 타는 것처럼 구름 타는 것처럼 지구 한 바퀴
퀴 : 퀴즈를 풀면 풀수록 더 풀고 싶은 휘모리
춤 : 춤춤 바퀴춤, 마음이 둥그레지는 휠체어댄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시 ‘휠체어댄스’ 감상과 비평